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과 실제로 하고 있는 행동이 서로 맞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워라밸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계속 야근을 하거나, 지금의 업무 방식이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조직에서 정한 방식이라는 이유로 그대로 따를 때가 있어요.
처음에는 분명 불편했던 일인데 시간이 지나면서 ‘회사생활이 원래 그렇지’, ‘지금은 경력을 위해 필요한 과정이야’라고 스스로 납득하게 되기도 합니다.
저도 직장생활을 오래 하면서 하기 싫거나 납득하기 어려운 일을 해야 할 때 비슷한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당장 상황을 바꾸기 어렵다면 그 일을 계속해야 하는 이유를 제 나름대로 찾으면서 마음을 정리했던 거죠.
이처럼 내 생각과 실제 행동 사이에 불일치가 생겼을 때 느끼는 불편함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개념이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입니다.
인지부조화는 직장에서 어떻게 나타날까?
인지부조화는 서로 잘 맞지 않는 생각이나 믿음, 태도, 행동이 동시에 존재할 때 생기는 심리적인 불편함이나 긴장을 말합니다.
직장에서는 개인의 가치관과 조직의 요구가 항상 일치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런 상황을 비교적 쉽게 경험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나는 정시 퇴근과 개인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조직 분위기 때문에 계속 늦게까지 일한다고 생각해볼게요.
‘내 삶에서 개인 시간이 중요하다’는 생각과 ‘나는 계속 야근하고 있다’는 행동 사이에 불일치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이때 야근을 줄이거나 근무환경을 바꾸는 것처럼 행동을 변화시킬 수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당장 바꾸기 어려운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면 ‘지금 몇 년만 고생하면 경력에 도움이 될 거야’, ‘이 정도는 직장인이면 다 하는 거지’처럼 상황을 바라보는 생각을 바꾸면서 불편함을 줄이려 할 수도 있어요.
이런 과정은 직장인이 무조건 자기합리화를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생각과 현실이 충돌할 때 사람은 행동을 바꾸거나 생각을 조정하는 등 여러 방식으로 불편함을 줄이려고 할 수 있다는 의미에 가깝습니다.
‘회사생활이 원래 그렇지’라는 생각은 언제 생길까?
직장에서 처음에는 이상하다고 느꼈던 일도 반복되다 보면 어느 순간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비효율적인 업무 방식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계속 그 방식으로 일해야 한다면 매번 불만을 느끼는 것 자체가 꽤 피곤할 수 있습니다.
업무 방식을 바꿀 수 있다면 좋겠지만 개인이 바로 바꾸기 어려운 상황도 있어요.
이때 ‘다 이유가 있어서 이렇게 하는 거겠지’, ‘괜히 문제를 만들 필요는 없어’라고 생각하면서 자신의 태도를 현실에 맞출 수도 있습니다.
물론 실제로 새로운 정보를 알게 됐거나 충분한 이유를 이해해서 생각이 바뀐 것일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이런 생각을 모두 인지부조화를 줄이기 위한 반응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어요.
다만 불편하게 느꼈던 현실은 그대로인데 그 현실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내 생각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를 살펴보면 인지부조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하기 싫은 일을 계속하면 오히려 그 일의 의미를 찾기도 해요
직장에서는 내가 선택하지 않은 업무를 맡아야 할 때도 많습니다.
처음에는 ‘왜 내가 이 일을 해야 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계속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그 불편함을 그대로 안고 일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것도 경험이 될 거야’, ‘배워두면 언젠가는 도움이 되겠지’처럼 그 일에서 의미를 찾게 되기도 합니다.
이런 생각을 무조건 나쁜 자기합리화라고 볼 필요는 없습니다.
실제로 새로운 업무가 경력에 도움이 될 수도 있고, 처음에는 싫었던 일을 하면서 새로운 능력을 발견할 수도 있으니까요.
중요한 것은 새로운 경험이나 정보를 바탕으로 생각이 달라진 것인지, 아니면 바꾸기 어려운 상황에서 느끼는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 불리한 사실까지 외면하고 있는지를 한번 구분해보는 것입니다.
조직의 결정에 동의하지 않는데 따라야 할 때
개인의 생각과 조직의 결정이 충돌할 때도 비슷한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회의에서 나는 A안이 더 낫다고 생각했지만 최종적으로 B안이 결정됐고, 이제는 그 결정을 실제 업무로 실행해야 하는 상황을 생각해볼 수 있어요.
결정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조직 구성원으로서 정해진 결정을 따라야 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나는 이 결정이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태도와 ‘나는 이 결정을 실행하고 있다’는 행동 사이에서 불편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내가 몰랐던 이유가 있었겠지’라고 생각하면서 결정의 장점을 찾거나, 새롭게 알게 된 정보를 바탕으로 자신의 의견을 다시 검토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변화가 반드시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새로운 정보를 알게 된 뒤 생각을 수정하는 것은 오히려 합리적인 판단일 수 있어요.
인지부조화의 관점에서 살펴볼 부분은 생각이 바뀌었다는 사실 자체보다 그 변화가 어떤 과정에서 생겼는지입니다.
직장에서 인지부조화를 무조건 없앨 필요는 없어요
인지부조화라는 말을 알고 나면 생각과 행동이 다를 때마다 ‘내가 지금 자기합리화하고 있나?’ 하고 의심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생각과 행동을 항상 완벽하게 일치시키며 살기 어렵습니다.
직장에서는 특히 내가 원하는 대로 결정할 수 없는 일이 많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불일치와 타협은 생길 수 있어요.
때로는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면서 생각을 바꾸는 것이 현실적인 적응이 될 수 있고, 반대로 계속되는 불편함을 계기로 행동이나 환경을 바꾸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인지부조화 자체를 무조건 없애려고 하기보다 내가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 생각과 행동 중 무엇을 바꾸고 있는지 한번 살펴보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저는 이런 질문을 해보는 편이 도움이 됐어요
직장에서 하기 싫은 일을 하거나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을 만났을 때 무조건 참는 것과 당장 그만두는 것 사이에는 꽤 많은 선택지가 있습니다.
저는 이런 상황에서 ‘내가 처음에는 왜 이게 싫었지?’, ‘지금 생각이 바뀐 이유는 새로운 장점을 알게 돼서일까, 아니면 계속해야 하니까 스스로 납득하려는 걸까?’라고 한번 생각해보는 편이 도움이 됐습니다.
생각해본 뒤에도 지금 하는 일이 충분히 가치 있다고 느껴진다면 계속할 이유가 생길 수 있습니다.
반대로 계속 이유를 만들어도 불편함이 사라지지 않고 내 가치관과 너무 크게 충돌한다면 지금의 행동이나 환경을 다시 검토해볼 필요가 있을 수도 있고요.
인지부조화를 이해하는 목적은 모든 선택을 의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어떤 이유로 현재의 선택과 상황을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조금 더 솔직하게 바라보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구매 후 느끼는 인지부조화와는 조금 다른 이야기예요
앞서 작성한 ‘인지부조화란? 내 선택이 맞다고 믿고 싶어지는 이유’에서는 물건을 구매한 뒤 자신의 선택을 확인하고 싶어지는 경험을 중심으로 인지부조화를 살펴봤습니다.
이번 글은 같은 개념을 반복해서 설명하기보다 직장에서 개인의 가치관과 행동, 조직의 요구가 충돌할 때 어떤 생각이 생길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인지부조화의 기본 개념과 선택 후 태도 변화, 페스팅거와 칼스미스의 고전 실험이 궁금하다면 앞선 글을 함께 보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참고자료
Festinger, L. & Carlsmith, J. M. (1959), Cognitive consequences of forced compliance
자신의 태도와 맞지 않는 행동을 했을 때 외적인 정당화의 정도에 따라 태도가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를 살펴본 인지부조화의 대표적인 고전 연구입니다.
Brehm, J. W. (1956), Postdecision changes in the desirability of alternatives
선택을 한 뒤 선택한 대안과 선택하지 않은 대안에 대한 평가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살펴본 자유선택 연구의 대표적인 논문입니다.
※ 이 글은 인지부조화에 관한 일반적인 심리학 정보와 직장생활에서 경험할 수 있는 상황을 바탕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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