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말을 꽤 자주 듣습니다. 회사에서 관련 교육을 받기도 하고, 요즘은 뉴스에서도 흔히 접할 수 있죠.
저도 회사에서 이런 교육을 여러 번 들었지만, 솔직히 교육시간에는 대충 듣고 넘어간 적이 많았는데 막상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애매한 상황이 정말 많습니다.
상사가 심하게 질책한다면 그건 직장 내 괴롭힘일까요? 나에게만 일을 많이 주는 것은 괴롭힘일까요? 회식을 강요하거나 여러 사람 앞에서 무시하는 행동은 어떨까요? 한 번만 있었던 일이라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할 수 있을까요?
그래서 이번에는 2026년 8월 20일 시행 중인 근로기준법과 2026년 7월 고용노동부가 새로 발간한 「직장 내 괴롭힘 예방·대응 매뉴얼」을 기준으로, 직장 내 괴롭힘의 의미부터 판단기준, 사례, 신고 이후 절차까지 차근차근 정리해봤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이란 정확히 무엇일까?
근로기준법 제76조의2는 직장 내 괴롭힘을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문장이 조금 어렵지만 핵심은 세 가지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했는가
-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었는가
- 그 결과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켰는가
법 조문에 의하면 단순히 ‘내가 기분이 나빴다’는 이유만으로 바로 직장 내 괴롭힘이 되는 것도 아니고, 반대로 상사가 ‘업무 때문에 한 말이었다’고 주장한다고 해서 무조건 괴롭힘이 아닌 것도 아닙니다. 실제 상황에서 이 요건들을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합니다.
직장 내 괴롭힘 예방교육도 법정의무교육일까?
이 부분은 저도 이번에 다시 확인하면서 가장 헷갈렸던 부분입니다. 회사에서는 여러 교육을 한꺼번에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직장 내 괴롭힘 예방교육도 모든 회사가 매년 일정 시간 반드시 실시해야 하는 ‘법정의무교육’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현행 근로기준법은 모든 사업장에 대해 ‘직장 내 괴롭힘 예방교육을 연 1회 몇 시간 실시해야 한다’는 식의 일률적인 교육 의무를 두고 있지는 않습니다.
대신 상시 10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용자는 취업규칙을 작성·신고해야 하고, 그 취업규칙에는 ‘직장 내 괴롭힘의 예방 및 발생 시 조치 등에 관한 사항’을 반드시 포함해야 합니다. 고용노동부 역시 예방교육을 포함한 예방 활동을 권고하고 관련 교육자료와 매뉴얼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회사에서 직장 내 괴롭힘 예방교육을 실시하는 것 자체는 매우 중요하지만, 다른 법정교육과 똑같이 ‘모든 사업장·모든 근로자가 매년 정해진 시간만큼 의무적으로 수강해야 한다’고 말할수는 없습니다.
참고로 흔히 ‘법정의무교육’이라고 한꺼번에 부르는 교육들도 적용대상과 기준이 서로 다릅니다. 예를 들어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은 사업주가 매년 실시해야 하고 시행령에서는 연 1회 이상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은 원칙적으로 연 1회 1시간 이상입니다. DB형이나 DC형 퇴직연금제도를 설정한 사업장은 가입자를 대상으로 매년 1회 이상 교육해야 하고, 산업안전보건교육은 사업장과 업무 등에 따라 적용 여부와 교육시간이 달라집니다.
즉 ‘회사에서 듣는 교육은 모두 같은 기준의 법정필수교육’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각 교육마다 근거 법률, 적용 사업장, 대상자, 횟수와 시간을 따로 확인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다만 개별 기관이나 회사의 취업규칙·내부규정에서 별도의 예방교육 기준을 정하고 있는 경우에는 그 기준에 따라 교육을 실시할 수 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의 첫 번째 기준, ‘우위’는 직급만을 의미할까?
아닙니다. 법에서는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라고 표현합니다.
팀장이나 관리자처럼 직급상 높은 사람이 부하직원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가장 쉽게 떠오르지만, 직급만 보는 것은 아닙니다. 업무상 영향력, 인원수, 조직 내 관계, 전문성이나 정보의 차이 등 여러 사정 때문에 상대방이 저항하거나 거절하기 어려운 관계였는지도 함께 살펴보아야 합니다.
따라서 동료 사이의 행동이라도 구체적인 관계에 따라 직장 내 괴롭힘 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단순히 직급이 높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그 사람이 한 모든 지시나 질책이 괴롭힘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두 번째 기준,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었다는 건 뭘까?
실제 판단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회사에서는 업무지시, 평가, 질책, 인사조치처럼 근로자가 불편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는 일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업무상 필요성이 있고 그 방법과 정도도 사회통념상 상당하다면, 근로자가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직장 내 괴롭힘이 되지는 않습니다.
반대로 업무와 관련성이 거의 없는 사적 심부름을 반복적으로 시키거나, 업무상 필요성을 넘어 모욕·폭언·위협을 하거나, 특별한 이유 없이 한 사람에게만 감당하기 어려운 업무를 지속적으로 몰아주는 등의 행위라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었는지가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결국 ‘업무와 관련이 있느냐’만 보는 것이 아니라 왜 그런 지시나 행동이 필요했는지, 방법은 적절했는지, 정도가 지나치지는 않았는지까지 종합적으로 함께 살펴보고 판단해야 합니다.
세 번째 기준, 실제 고통이나 근무환경 악화가 있었는가?
마지막으로 그 행동 때문에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받았거나 근무환경이 악화되었는지도 살펴보아야 합니다.
여기서 근무환경 악화는 단순히 ‘기분이 상했다’는 의미로만 볼 수는 없습니다. 해당 행동으로 피해자가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는지 등의 구체적인 사정을 함께 판단하게 됩니다.
그리고 가해자에게 ‘괴롭히려는 의도’가 있었는지만으로 결정되는 것도 아닙니다. 실제 행위와 관계, 상황, 결과 등을 종합해서 판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럼 어떤 행동이 직장 내 괴롭힘이 될 수 있을까?
이처럼 직장 내 괴롭힘은 한 가지 모습이나 특정 유형으로만 나타나지는 않습니다. 폭행이나 심한 욕설처럼 비교적 명확해 보이는 행동도 있지만, 업무배제나 따돌림처럼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 형태가 오히려 더 많을 수 있습니다.
- 폭행하거나 위협하는 행위
- 지속적인 폭언·욕설·모욕적 발언
- 여러 사람 앞에서 반복적으로 망신을 주거나 비하하는 행위
- 정당한 이유 없이 특정 근로자를 업무에서 배제하거나 필요한 정보를 주지 않는 행위
- 업무상 필요성이 없는 사적인 일을 반복적으로 시키는 행위
- 정당한 이유 없이 능력이나 경험에 비해 현저히 과도한 업무를 계속 부여하는 행위
- 본인의 의사에 반하는 회식·음주 등을 우위를 이용해 강요하는 행위
- 집단적으로 따돌리거나 정상적인 업무수행을 어렵게 만드는 행위
실제 상황에서는 이런 행동의 이름만 보는 것이 아니라 행위자와 피해자의 관계, 업무상 필요성, 장소와 상황, 내용과 정도, 기간과 반복성 등을 함께 살펴 판단해야 합니다.
실제 사례를 보면 기준이 조금 더 잘 보입니다
고용노동부가 제시해 온 사례들을 보면 ‘불쾌했는가’보다 왜 그 행동이 이루어졌고 업무상 필요한 범위를 넘었는지가 중요하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인정 사례: 우위를 이용한 회식·음주 강요
선배가 후배에게 술자리를 마련하도록 반복적으로 요구하면서 이를 하지 않으면 불이익이 있을 것처럼 압박하고, 사유서 등을 작성하게 한 사례가 직장 내 괴롭힘 판단사례로 제시된 적이 있습니다. 단순히 ‘회식하자’고 제안한 것이 아니라 관계의 우위를 이용해 거절하기 어려운 압박을 반복했다는 점을 함께 봐야 합니다.
불인정 사례: 신제품 디자인을 계속 수정하도록 한 경우
신상품 발표를 앞두고 팀장이 담당자에게 회사 콘셉트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여러 차례 디자인 보완을 요구해 담당자의 업무량과 스트레스가 늘어난 사례에서는, 업무상 필요한 범위의 지시로 판단된 사례가 있습니다. 업무가 힘들고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적정범위를 넘었다고 볼 수는 없었던 것입니다.
불인정 사례: 실적을 반영한 근무평정
승진을 앞둔 근로자가 기대보다 낮은 근무평가를 받아 괴로움을 느꼈더라도, 실제 영업실적이 좋지 않았고 평가권자의 권한을 부당하게 행사했다는 다른 사정이 확인되지 않은 경우에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사례에서 봐야 할 것은 결과 자체보다 왜 인정됐고, 왜 인정되지 않았는지입니다. 같은 업무지시나 평가라도 업무상 필요성과 방식, 당시 관계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한 번만 있었던 일도 직장 내 괴롭힘이 될 수 있을까?
근로기준법 제76조의2에는 ‘몇 회 이상 반복해야 한다’는 횟수 요건이 따로 적혀 있지 않습니다.
즉 한 번의 행위도 내용과 정도에 따라 문제가 될 수 있고, 각각은 사소해 보이는 행동도 반복되면서 문제가 커질 수 있습니다. 횟수는 판단에 고려되는 요소 중 하나이지, 법에서 정한 절대적인 기준은 아닙니다.
괴롭힘을 당했다면 어떤 자료를 남겨야 할까?
나중에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할 상황에 대비해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남겨두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 문자메시지, 메신저, 이메일
- 업무지시서나 업무분장표 등 관련 업무자료
- 언제, 어디서, 누가, 어떤 말을 했는지 적은 기록
- 당시 상황을 본 목격자나 참고인의 존재
- 인사이동·업무배제 등과 관련된 자료
- 필요한 경우 본인이 참여한 대화의 녹음 등
특히 녹음은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본인이 대화 당사자로 참여한 대화를 녹음하는 경우와, 본인이 참여하지 않은 다른 사람들 사이의 대화를 몰래 녹음하는 것은 법적으로 같은 문제가 아닙니다. 녹음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구체적인 방법과 사용 범위는 별도로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회사에 신고하면 어떤 절차가 진행될까?
근로기준법 제76조의3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알게 된 경우 누구든지 사용자에게 신고할 수 있습니다.
사용자가 신고를 접수하거나 괴롭힘 발생 사실을 알게 되면 지체 없이 당사자 등을 대상으로 사실 확인을 위한 객관적인 조사를 실시해야 합니다.
조사 기간 중 필요한 경우에는 피해근로자 또는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근로자에게 근무장소 변경이나 유급휴가 명령 등의 보호조치를 할 수 있고 이때 피해근로자등의 의사에 반하는 조치를 해서는 안 됩니다.
조사 결과 직장 내 괴롭힘이 확인되면, 피해근로자가 요청하는 경우 근무장소 변경·배치전환·유급휴가 명령 등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하고 또 행위자에 대해서는 지체 없이 징계, 근무장소 변경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하고, 조치를 하기 전 피해근로자의 의견을 들어야 합니다.
조사에 참여했거나 조사 내용을 보고받은 사람 등은 조사 과정에서 알게 된 비밀을 피해근로자등의 의사에 반해 다른 사람에게 누설해서도 안 됩니다만 다만 사용자에게 조사 내용을 보고하거나 관계기관 요청에 따라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는 예외입니다.
회사가 조사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사용자가 신고를 받고도 객관적인 조사를 하지 않거나, 괴롭힘이 확인된 뒤 법에서 정한 피해근로자·행위자 조치를 하지 않거나, 조사 과정에서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한 경우에는 근로기준법에 따라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또 사용자가 직접 직장 내 괴롭힘을 한 경우에는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 규정이 있습니다.
중요한 점은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하면 가해자는 무조건 근로기준법상 형사처벌을 받는다’고 단순하게 생각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행위자와 위반 내용에 따라 적용되는 제재가 다르고, 폭행·협박·명예훼손 등 별도의 위법행위가 있다면 다른 법률 문제가 함께 생길 수도 있습니다.
신고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줄 수 있을까?
안 됩니다. 사용자는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신고한 근로자와 피해근로자등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해서는 안 됩니다.
이 부분은 단순한 권고가 아니라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6항을 위반해 신고자나 피해근로자등에게 불리한 처우를 한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신고 이후 해고나 인사상 불이익이 이어졌다면 괴롭힘 사건과 별도로 그 조치가 신고에 대한 불리한 처우였는지도 확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회사 대표나 사용자가 신고 대상이라면?
조사를 해야 하는 사용자 본인이 괴롭힘 행위자로 신고된 경우에는 조사 공정성이 특히 문제가 됩니다.
고용노동부는 2026년 7월 개정 매뉴얼에서 사용자가 괴롭힘 행위자로 신고된 경우 해당 사용자를 조사 과정에서 배제하는 등 이른바 ‘셀프조사’를 막고 조사 공정성을 확보하도록 내용을 보강했습니다. 회사 대표나 사용자 본인이 신고 대상이라면 이 부분도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싫은 행동’과 ‘직장 내 괴롭힘’은 같지 않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말을 많이 들어봤어도 막상 법의 기준을 들여다보면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습니다.
상사의 질책이라고 해서 모두 괴롭힘인 것도 아니고, 폭행이나 욕설처럼 눈에 띄는 행동만 괴롭힘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결국 지위나 관계의 우위가 있었는지, 업무상 필요한 범위를 넘었는지, 그 결과 고통이나 근무환경 악화가 있었는지를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살펴봐야 합니다.
회사에서 관련 교육을 받을 때는 별생각 없이 지나치기 쉽지만, 실제 문제가 생겼을 때는 ‘누가 더 기분이 나빴는가’가 아니라 이런 기준과 기록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여기까지 확인하고 나면 또 애매한 경우가 생깁니다. 괴롭힘을 한 사람이 상사나 동료가 아니라 직원의 가족처럼 회사 밖의 제3자라면 어떨까요?
저 역시 직장생활 중 비슷한 일을 겪으면서 ‘이런 경우도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할 수 있을까?’가 궁금했던 적이 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개인적인 사건 자체보다는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의 행위자가 어디까지인지, 회사 외부의 제3자가 한 행동은 어떤 법적 쟁점을 따져봐야 하는지를 중심으로 따로 정리해보겠습니다.
참고자료
- 국가법령정보센터 - 근로기준법 제76조의2
- 국가법령정보센터 -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 국가법령정보센터 - 근로기준법 제93조
- 고용노동부 - 직장 내 괴롭힘 예방·대응 매뉴얼(2026.7.)
- 국가법령정보센터 - 남녀고용평등법 제13조(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
- 국가법령정보센터 - 남녀고용평등법 시행령 제3조
- 한국장애인고용공단 - 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 안내
- 국가법령정보센터 -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32조
※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내용입니다. 직장 내 괴롭힘 해당 여부와 법적 대응은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실제 분쟁이 있는 경우 고용노동부 또는 노무사·변호사 등 전문가를 통해 개별적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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