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직원으로 근무할 때는 영업시간보다 한 시간 정도 일찍 출근하는 게 당연했습니다.
영업을 시작하기 전에 이것저것 준비해야 할 것도 있었고, 영업이 끝난 뒤에도 정리할 일이 있어서 실제 퇴근은 한 시간 이상 늦어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물론 그 시간 내내 바쁘게 일했던 건 아닙니다.
준비나 정리를 다 끝내고 나면 딱히 할 일이 없는데도 그냥 앉아서 기다리는 시간도 꽤 있었습니다.
그럴 때면 솔직히 조금 억울했습니다.
‘지금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데 왜 집에는 못 가는 거지?’
‘이렇게 그냥 앉아서 기다리는 시간도 근로시간으로 보는 건가?’
그런데 시간이 지나 제가 팀장이 되고 나니 반대쪽 입장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직원들이 영업 시작시간에 딱 맞춰 출근하면 바로 영업을 시작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컴퓨터를 켜고 업무 준비도 해야 하고, 그날 영업을 시작하기 위해 미리 해둬야 하는 일들이 있으니까요.
반대로 영업 종료시간에 맞춰 바로 퇴근하려면 마감 준비를 영업시간 중에 조금씩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직원일 때는 ‘왜 이렇게 일찍 와서 늦게까지 있어야 하지?’라고 생각했는데, 관리하는 입장이 되고 나니 ‘그럼 영업 준비와 마감은 언제 해야 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던 겁니다.
그래서 궁금해졌습니다.
영업시간과 직원의 근로시간은 같은 걸까요?
그리고 실제로 일을 하지 않고 기다리고 있는 시간은 근로시간일까요?
영업시간과 근로시간은 같은 게 아닙니다
먼저 구분해야 할 게 있습니다.
매장이나 영업점이 고객을 상대하는 ‘영업시간’과 직원의 ‘근로시간’은 같은 개념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오전 9시에 영업을 시작하는 곳에서 직원이 8시 30분부터 출근해 전산을 켜고, 청소하고, 물품을 정리하고, 영업 준비를 해야 한다고 해보겠습니다.
회사가 이러한 준비를 요구하고 있다면 단순히 영업시간이 오전 9시부터라는 이유만으로 8시 30분부터 9시까지를 개인적인 시간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퇴근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오후 6시에 영업이 끝나더라도 이후 정산이나 청소, 물품 정리 등 회사가 요구하는 마감 업무를 해야 한다면 영업 종료시간과 실제 근로 종료시간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건 ‘가게 문을 몇 시에 열고 닫느냐’가 아니라 그 시간에 근로자가 회사의 지휘·감독 아래 있었는지를 보는 것입니다.
아무 일도 안 하고 기다린 시간도 근로시간일까?
제가 가장 궁금했던 부분이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업무는 이미 끝났는데 퇴근은 할 수 없고, 혹시 일이 생길 수도 있으니 그냥 자리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던 시간입니다.
근로기준법에서는 1주간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 1일은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근로시간을 계산할 때 ‘작업을 위하여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에 있는 대기시간 등’은 근로시간으로 봅니다.
즉, 지금 당장 손을 움직여 일을 하고 있느냐만으로 근로시간인지 아닌지가 결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할 일이 없어서 잠시 앉아 있더라도 회사의 지시에 따라 그 자리에 있어야 하고, 일이 생기면 바로 업무를 해야 하며, 마음대로 밖에 나가거나 집에 갈 수 없다면 근로시간으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업무에서 완전히 벗어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결국 ‘일을 했느냐’보다 ‘그 시간을 내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었느냐’가 중요한 기준이 되는 셈입니다.
출근 전에 하는 준비시간은 어떨까?
출근시간보다 일찍 회사에 도착했다고 해서 그 시간이 모두 근로시간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회사는 9시 출근인데 제가 교통체증을 피하려고 8시 30분에 먼저 와서 커피를 마시거나 개인적인 일을 했다면 일반적으로 그 시간을 회사가 요구한 근로시간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회사에서 영업 준비를 위해 8시 30분까지 출근하도록 하고 그 시간부터 전산을 켜거나 청소, 물품 준비, 회의 등 업무를 해야 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형식적으로 출근시간이 9시라고 적혀 있다는 사실보다 실제로 회사가 언제부터 업무를 하도록 했는지가 중요합니다.
제가 예전에 영업시간보다 일찍 출근했던 것도 바로 이 부분 때문에 다시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단순히 제가 자발적으로 일찍 출근했던 것인지, 영업 준비를 위해 사실상 그 시간까지 출근해야 했던 것인지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영업이 끝난 뒤 정리하는 시간은?
영업 종료 후 마감 업무도 같은 기준으로 볼 수 있습니다.
고객 응대는 끝났더라도 정산을 하고, 물품을 정리하고, 청소하고, 다음 날 영업을 준비해야 한다면 아직 업무가 끝난 것은 아닙니다.
회사가 이런 업무를 요구하고 있다면 실제 근로시간을 판단할 때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여기서 제가 팀장이 된 뒤 느꼈던 고민도 생깁니다.
직원 입장에서는 정해진 시간이 됐으니 바로 퇴근하고 싶지만, 영업시간이 끝나는 순간 모든 업무가 동시에 끝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매일 필요 이상으로 일찍 출근시키거나 마감이 끝났는데도 별다른 이유 없이 직원들을 계속 남아 있게 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의미도 아닙니다.
준비와 마감에 실제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한지, 그 시간을 근무시간에 어떻게 반영할지를 정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점심시간인데 전화받고 손님도 응대한다면?
근로시간과 함께 헷갈리기 쉬운 것이 휴게시간입니다.
근로기준법에서는 휴게시간을 근로자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점심시간이라고 이름만 붙여놓았다고 무조건 휴게시간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점심시간에도 자리를 지켜야 하고 전화가 오면 받아야 하거나, 손님이 오면 응대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실제로 그 시간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반대로 점심시간 동안 업무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식사를 하거나 외출할 수 있다면 일반적인 휴게시간으로 볼 수 있습니다.
회사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모두 근로시간이 되는 것도 아니고,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모두 휴게시간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그 시간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었는지가 중요한 것입니다.
회사 교육이나 회의도 근로시간일까?
회사에서 의무적으로 참석하도록 하는 업무 관련 교육이나 회의라면 근로시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근로자가 개인적인 목적으로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교육까지 모두 근로시간으로 보는 것은 아닙니다.
고용노동부도 의무적으로 실시하거나 직무와 관련된 교육시간은 근로시간에 해당한다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퇴근 후 교육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개인시간이라고 생각하기보다 실제로 참석이 의무였는지, 업무와 어떤 관련이 있었는지를 함께 봐야 합니다.
회식도 회사에서 가라고 하면 근로시간일까?
회식은 조금 다릅니다.
고용노동부의 근로시간 판단기준에서는 일반적인 회식시간은 근로시간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습니다.
회사나 상사가 참석을 독려하거나 강제하는 언행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바로 근로시간으로 인정되기는 어렵다는 설명입니다.
그래서 ‘회사 사람이랑 같이 있었으니까 근로시간’이라고 단순하게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업무를 위한 공식 회의와 친목이나 사기 진작을 위한 회식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근로시간은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
처음에는 출근시간과 퇴근시간만 보면 간단한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실제 직장생활에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습니다.
출근 전 준비시간도 있고, 일이 없어 기다리는 시간도 있고, 영업 종료 후 마감시간도 있습니다. 점심시간인데도 업무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결국 제가 이해한 가장 쉬운 기준은 이것입니다.
‘그 시간에 나는 회사의 지휘·감독에서 벗어나 내 마음대로 시간을 사용할 수 있었는가?’
단순히 일이 없었다는 이유만으로 휴게시간이 되는 것도 아니고, 회사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시간이 근로시간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실제 업무 내용과 회사의 지시, 장소를 떠날 수 있었는지, 일이 생기면 바로 대응해야 했는지 등을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근로시간을 계산했더니 하루 8시간을 넘었다면?
출근 전 준비시간이나 영업 종료 후 마감시간, 대기시간까지 따져보니 실제 근로시간이 생각보다 길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하루 8시간을 넘긴 시간은 어떻게 계산하고, 수당은 얼마나 받아야 할까요?
이때부터는 연장근로와 연장근로수당의 문제로 이어집니다.
저도 실제로 직원들의 연장근로수당을 계산하면서 월급제 직원과 계약직, 아르바이트 직원은 계산방법이 다른지 헷갈렸던 적이 있습니다.
연장근로가 인정되는 기준부터 실제 수당 계산방법, 휴일근무까지는 ‘연장근로수당 어떻게 계산할까? 정직원·계약직·알바와 휴일근무까지 정리’ 글에서 따로 정리했습니다.
※ 이 글은 2026년 9월 현재 시행 중인 법령과 고용노동부의 근로시간 판단기준을 바탕으로 정리했습니다. 개별 사업장의 근로계약·취업규칙과 구체적인 근무 형태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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