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내가 이걸 잘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똑같이 어려운 일을 앞에 두고도 어떤 때는 ‘그래도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고, 어떤 때는 시작하기 전부터 자신이 없어질 때도 있어요.
저도 한동안은 일에 대한 자신감이 상당히 높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오랫동안 한 분야에서 경험을 쌓으면서 주변의 인정도 받고 승진도 했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승진하면서 완전히 새로운 업무와 새로운 역할을 맡게 되자 그동안 가지고 있던 자신감이 생각보다 쉽게 흔들리더라고요.
그때 제가 자주 떠올렸던 건 의외로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의 제 모습이었습니다.
이런 경험을 설명할 때 함께 생각해볼 수 있는 심리학 개념이 자기효능감(Self-efficacy)입니다.
자기효능감이란 무엇일까?
자기효능감은 심리학자 앨버트 반두라(Albert Bandura)가 발전시킨 개념으로, 특정한 상황에서 필요한 행동을 해낼 수 있다는 자신의 능력에 대한 믿음을 의미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나는 괜찮은 사람이야’라고 생각하는 자신감이나 자존감과는 조금 다르다는 점이에요.
예를 들어 처음 맡은 보고서를 보면서 ‘해본 적은 없지만 하나씩 알아보면 처리할 수 있을 것 같아’라고 생각한다면 그 업무에 대한 자기효능감과 연결해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평소 자신감이 많은 사람이라도 전혀 경험해보지 않은 일을 만났을 때는 ‘내가 이걸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수 있어요.
즉 자기효능감은 모든 상황에서 똑같이 유지되는 막연한 자신감이라기보다, 특정한 과제나 상황에서 자신이 필요한 행동을 해낼 수 있다고 얼마나 믿는지와 관련된 개념입니다.
자기효능감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반두라는 자기효능감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정보원으로 크게 네 가지를 설명했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중요한 것이 직접 무언가를 해내본 경험, 즉 성공 경험(mastery experience)입니다.
어려운 일을 직접 해내본 경험이 쌓이면 다음에 비슷한 상황을 만났을 때 ‘예전에도 처음에는 어려웠지만 결국 해냈으니까 이번에도 해볼 수 있겠다’고 생각할 근거가 생길 수 있는 거죠.
반대로 실패가 반복되면 자기효능감이 흔들릴 수도 있습니다. 다만 실패를 한 번 경험했다고 해서 반드시 자기효능감이 낮아지는 것은 아니고, 그 경험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와 상황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 밖에도 나와 비슷한 사람이 해내는 모습을 보는 대리 경험, 주변 사람에게 격려나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는 언어적 설득, 그리고 긴장이나 불안 같은 신체적·정서적 상태 역시 자기효능감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10년 동안 쌓았던 자신감도 새로운 일을 만나니 흔들리더라고요
저는 한 분야에서 약 10년 정도 일을 한 적이 있어요. 오랫동안 같은 분야에서 경험을 쌓다 보니 일에 대한 자신감도 상당히 높아져 있었습니다.
주변에서 좋은 평가와 칭찬도 많이 받았고, 업무를 인정받아 승진도 하게 됐어요.
그런데 승진과 함께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새로운 팀에서 이전과는 전혀 다른 업무를 맡게 됐고, 처음으로 팀을 이끄는 역할까지 하게 된 거예요.
그동안은 업무에 익숙했고 웬만한 일이 생겨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어느 정도 알았는데, 갑자기 모르는 것투성이인 환경에 놓이니 생각보다 힘들더라고요.
새로운 것을 배우는 재미도 있었지만 그만큼 부담도 컸고, 매일 다시 신입사원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의 저를 떠올렸어요.
그때도 처음에는 아무것도 몰랐지만 결국 배우고 익숙해졌고, 나중에는 인정받을 만큼 잘하게 됐다는 사실이 생각났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지금 당장 잘하지 못한다고 해서 앞으로도 못할 거라는 생각은 조금씩 줄어들었어요.
정말 다시 신입사원이 됐다고 생각하고 모르는 것은 공부하고, 물어보고, 하나씩 배웠습니다.
그러다 몇 달이 채 지나지 않아 새로운 업무도 조금씩 익숙해졌고 예전처럼 자신감도 다시 생기기 시작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과거에 처음부터 배워서 결국 해냈던 경험이 새로운 일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근거가 되어준 것 같습니다.
이 경험은 반두라가 이야기한 성공 경험과도 연결해서 생각해볼 수 있어요. 과거에 직접 배우고 해냈던 경험이 새로운 상황에서도 ‘다시 배워서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데 하나의 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제 경험 하나만으로 자기효능감이 형성되는 과정을 모두 설명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저에게는 과거의 성공 경험이 새로운 도전을 받아들이는 데 꽤 큰 도움이 됐습니다.
그렇다면 회복탄력성은 무엇일까?
자기효능감과 함께 자주 등장하는 개념이 회복탄력성(Resilience)입니다.
회복탄력성을 흔히 ‘힘든 일을 겪어도 금방 다시 일어나는 강한 마음’ 정도로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 개념은 조금 더 넓습니다.
미국심리학회(APA)는 회복탄력성을 어렵거나 힘든 삶의 경험에 성공적으로 적응해 나가는 과정과 결과의 관점에서 설명합니다.
즉 힘든 일을 겪어도 아무렇지 않은 사람이 회복탄력성이 높은 것은 아닙니다.
힘들 수도 있고, 자신감이 떨어질 수도 있고,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도 있어요. 그 과정에서 상황에 맞게 대처하고 주변의 도움이나 자신의 자원을 활용하면서 다시 적응해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회복탄력성을 단순히 타고난 성격으로만 볼 필요도 없습니다. 개인의 사고방식이나 대처 방법뿐 아니라 인간관계와 사회적 자원 등 여러 요소가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자기효능감과 회복탄력성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두 개념은 비슷해 보이지만 같은 것은 아닙니다.
자기효능감이 ‘이 상황에서 내가 필요한 행동을 해낼 수 있을까?’라는 자신의 능력에 대한 믿음과 관련되어 있다면, 회복탄력성은 어려움이나 변화가 생겼을 때 그 상황에 적응하고 다시 나아가는 과정에 조금 더 초점을 둔다고 이해하면 쉬워요.
연구에서는 자기효능감과 회복탄력성 사이의 관련성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다만 이것을 단순히 ‘자기효능감이 높으면 반드시 회복탄력성도 높다’는 공식처럼 받아들이는 것은 조심해야 합니다.
회복탄력성에는 자기효능감뿐 아니라 사회적 지지, 대처 방식, 환경 등 다양한 요소가 함께 관련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 경험을 돌아봐도 비슷합니다.
새로운 일을 맡았을 때 처음부터 ‘난 원래 일을 잘하니까 이것도 잘할 거야’라고 생각했던 것은 아니었어요.
오히려 꽤 힘들었고 부담도 컸습니다.
하지만 과거에 처음부터 일을 배워 결국 익숙해졌던 경험을 떠올리면서 ‘이번에도 다시 배워보자’고 생각했고, 실제로 하나씩 배우면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갔습니다.
그래서 저에게는 ‘할 수 있다’는 믿음 자체뿐 아니라 실제로 다시 배우고 적응해 나갔던 과정도 중요했던 것 같아요.
자기효능감은 무조건 높을수록 좋은 걸까?
자기효능감에 대해 알아보다 보면 ‘그러면 무조건 자신감을 높이면 되는 것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자기효능감은 막연하게 ‘나는 뭐든지 할 수 있어’라고 생각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실제 경험이나 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능력을 지나치게 높게 평가하는 것보다, 현재 부족한 부분을 인정하면서도 필요한 행동을 통해 해낼 수 있다고 믿는 것이 더 현실적인 접근일 수 있습니다.
저 역시 새로운 업무를 처음 맡았을 때 ‘나는 이미 일을 잘하니까 이것도 당연히 잘할 거야’라고 생각했다면 오히려 배우는 데 방해가 됐을지도 모르겠어요.
모른다는 것을 인정하고 다시 공부하고 배웠기 때문에 조금씩 자신감이 생길 수 있었습니다.
결국 자신감은 다시 쌓을 수도 있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한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하면서 생긴 자신감이 쉽게 사라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완전히 새로운 일을 맡아보니 자신감도 상황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직접 경험했어요.
반대로 그 경험을 통해 한 가지를 더 알게 됐습니다.
지금 못한다고 해서 앞으로도 못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에요.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도 시간이 필요했고, 새로운 업무를 맡았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하나씩 배우고 직접 해내는 경험이 다시 쌓이자 자신감도 자연스럽게 따라오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요즘은 처음 해보는 일을 만나서 자신감이 떨어질 때도 예전만큼 그 감정 자체를 두려워하지는 않습니다.
처음에는 모르는 게 당연하고, 작게라도 직접 해내는 경험을 다시 쌓아가면 된다는 걸 한번 경험해봤기 때문이에요.
어쩌면 자기효능감과 회복탄력성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것도 단순히 ‘나는 할 수 있다’고 반복해서 말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경험을 통해 ‘예전에도 배웠고, 이번에도 하나씩 해볼 수 있다’는 근거를 만들어가는 과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참고자료
Bandura, A. (1977), Self-efficacy: Toward a Unifying Theory of Behavioral Change
자기효능감 이론의 토대가 된 대표적인 논문으로, 자기효능감이 행동과 변화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설명합니다.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 Building your resilience
회복탄력성을 어려운 경험에 적응해 나가는 과정의 관점에서 이해하는 데 참고할 수 있는 미국심리학회 자료입니다.
※ 이 글은 자기효능감과 회복탄력성에 관한 일반적인 심리학 정보와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심리적 어려움이나 스트레스가 지속되어 일상생활에 영향을 주는 경우에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직장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공황발작과 공황장애는 어떻게 다를까? 연예인 기사에서 자주 보던 ‘공황장애’ 제대로 알아보기 (0) | 2026.05.15 |
|---|---|
| SNS를 보다 보면 왜 자꾸 남과 비교하게 될까? 사회비교가 힘들어지는 이유 (0) | 2026.05.13 |
| 직장에서 감정노동이 너무 힘들 때, 어디까지 참고 버텨야 할까? (0) | 2026.05.11 |
| 임포스터 증후군은 MBTI와 관련 있을까? 성과를 내도 불안한 이유 (0) | 2026.05.06 |
| 직장인 번아웃, 저는 이렇게 무너졌습니다|우울증·휴직 그리고 복직 후 달라진 것 (0) | 2026.04.30 |